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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의 나이에 늦깍이로 스케트를 배우며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12월28일 11시31분    조회: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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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도 못 타보았던 스케트를 반백의 나이가 다 돼서 늦깍이로 배우고 또 애들처럼 즐기게 될 줄은 정말 생각 못했다. 해마다 립동이 지나 강이 얼어붙을 즈음이면 연길시의 연집하와 부르하통하 합수목에 자그마한 빙장이 세워지군 했다.

단위와 가까운 곳인지라 늘 그곳을 지나치다 넋 나간듯 그 자리에서 박힌채 스케트 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가 일쑤였다. 저런 멋진 모습을 가리켜 ‘물찬 제비 같다'고 하는 것일가, 몸매가 아주 미끈하고 생기가 감돌아 보기 좋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내가 부러움을 가지는 건 단지 그 사람들의 보기좋은 몸매뿐만은 아니였다. 온몸을 옹송그리게 만드는 강추위와 차가운 칼바람에도 훅훅 열기가 감도는 건장하고 활동적인 모습으로 이 겨울을 뜨겁게 불태운다는 그 사람들의 멋진 생활방식때문이였다.

그 무렵, 나는 건강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난데없는 큰 병으로 대수술까지 받고 나니 건강회복에 대한 추구와 집념이 더 간절해졌다. 의사가 권고하는 하루 만보의 걷기운동만으로는 항상 량이 차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냘퍼지고 힘도 빠져 작은 바람에도 휘청일 것 같은 허약한 다리에 근육도 만들어주고 힘도 붙여주고 싶은 욕망이 굴뚝같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모두들 스케트를 타면 다리근육단련에 좋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스케트에 대한 기억은 전혀 자신이 없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였던 80년대 초반에만 해도 다들 생활형편들이 넉넉치 못했다. 구두가 붙어있는 수십원짜리 고급 스케트는 물론, 한컬레에 18원씩 하던 스케트 날만 사려고 해도 어려운 가정형편에는 한참 고민해야 할 때였다. 한주일에 한 두번씩 학교에서 체육시간이면 스케트운동을 조직하기도 했으나 스케트가 없는 학생들은 멀거니 남들이 타는 걸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우리 집에도 할머니가 70년대초 조선에 갔다 오면서 갖고 온 구두가 달린 스케트가 있긴 했다. 큰 삼촌에 이어 삼촌까지 신물나게 타다가 물려준 아주 오래된 스케트였다. 가죽구두가 달리긴 했으나 너무 커서 작은 내 발에는 헐거운 상태였다. 스케트는 발에 꼭 맞아야 타기 편한데 큰 스케트에 작은 발을 맞추자고 하니 부득불 신속에 헝겊이며 솜뭉텅이를 가득 쑤셔넣고 신을 수밖에 없었다. 그 발에 맞지도 않는 스케트를 체육시간에 한번 들고 갔다가 그냥 서는 일조차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렵던지 스케트타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가 하고 체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재간으로는 그걸 도무지 탈 수가 없어서 그 후로는 스케트련습을 아예 포기했다. 동네 같은 또래들이 스케트를 타는 것이 너무 부러웠고 스케트 잘 타는 이웃집 형님이 영웅처럼 거룩하게 느껴졌던 기억도 있다. 아마 그때가 1984년도의 추억이였던 것 같다.

그로부터 30여년 세월이 훌쩍 지나 지천명의 나이가 다 돼서 내가 스케트를 타기 위해 몸부림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다. 처음에 나는 어릴 때도 못배운 스케트를 행동거지가 굼떠진 어른이 되여 배운다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옛말에 되고 안되고는 실천해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잖은가? 아직 시도도 안해보고 나는 안되오 하고 두손 바짝 들기에 내가 너무 비겁하고 나약한 투지라고 자신을 윽박질러도 보았다. 또 황차 튼튼한 건강을 찾으려는 일념으로 생각만하고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생각하니 저으기 신심과 용기도 생겨났다.

나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반드시 스케트를 타야 한다는 전에 없는 오기와 각오로 스케트 타기를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첫 스케트 타던 날을 잊을수 없다. 발목힘이 약해 변변히 설 수 조차 없었다. 겨우 섰다 싶으면 무게중심을 잡지 못해 접지르듯 발목이 기울어지기가 일쑤였다. 내 마음처럼 안되는 스케트 타기에 차거운 얼음바닥에 퍼더버리고 주저앉아 대성통곡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다시 시작할수 없으며 다시 시작하지 못한다면 내가 환상하고 꿈꾸던 건강은 영원히 나에게로 오지 않을것이였다. 우리의 모든 노력해야 하는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런저런 저애가 있기 마련이고 그 어려움과 곤난을 회피하지 않고 맞받아 나가면서 도전하고 정복해내는 자세가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전제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서기를 할수 있을가 싶었을때는 움직이기만 하면 균형을 잃고 자빠지기가 일쑤였다. 첫날 얼음강판에 엉덩방아를 얼마나 찧었는지 모른다. 온몸이 쿡쿡 쑤시고 아팠으나 기어이 일어나 재시도하기를 거듭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더니 자꾸 넘어지면서 차츰 넘어지지 않기 위한 요령도 장악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즈음 스케트장에 우람한 몸집을 한 60대 로인이 매일같이 나와 스케트를 타고 있었다. 초면이 구면으로 되고 풋 면목이 익을 무렵 로인과 쉴참에 빙장옆 간이의자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인은 스케트를 타지 못하더라도 빙장에 나와 스케트신을 신고 서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인은 퇴직후 60이 넘어서 스케트운동을 시작했으니 나보다 더 늦게 시작한 셈이라고 했다. 운동을 시작하기전에는 고혈압이다, 당뇨다 많은 병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매우 건강하다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로인은 올해 67세인데 스케트운동한지 이젠 5년에 난다고 말했다. 겨울철 운동으로는 스케트운동만한 것도 없다고 로인은 격려해주었다.

인생에는 영원히 너무 늦었다는 말이 없는 것 같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 기실은 가장 빠르다는 말이 맞는 말임을 실천을 통해 증명해보일수 있기때문이다. 스케트타기에 대한 집념과 간절한 소망이 내게는 그만큼 동력과 힘이 되여주었던 것 같다.

한번 안되면 두번, 두번 안되면 세번...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스케트운동에 나 자신도 깜짝깜짝 놀랐다. 변변히 서기도 힘들었던 첫날부터 시작해 조금씩 조금씩 목적을 향한 몸부림은 얼마 안지나 씽씽 달리는 스릴넘치는 스케트운동의 매력까지 느낄수 있게 했다.

‘늦도적이 밤 새는줄 모른다'더니 아마 그해겨울 연길시내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스케트를 탄 사람은 나일 것이다. 3.8절을 전후해 기온이 올라가면서 빙장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부르하통하에 만들어놓았던 스케트장도 문을 닫았다. 그러나 아침 일찍 나가면 밤새 얼어붙었던 빙장의 얼음이 얼어 있어서 기온이 오르는 한낮이 되기전까지는 스케트를 탈수 있었다. 그 짬시간도 나는 놓치지 않고 스케트를 탔다.

스케트운동을 시작한지는 이제 겨우 몇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케트타기를 하는 겨울동안 나는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다. 날이 감에 따라 튼튼해져가는 두다리로 소중한 건강을 조금씩 조금씩 챙긴것외에도 많은 부대적인 수확들도 챙긴것 같다. 스케트로 질주하면서 느껴보는 우리 삶의 찬란한 속도와 스릴의 즐거움, 그리고 자칫 조심하지 않고 방심하면 아차 실수로 이어지는 신중한 인생자세, 항상 포기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면서 끈기있는 노력과 향상의 추구로 이루어내는 행복한 삶의 조건과 법칙들도 배웠다...

이제 또 하늘땅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다. 요 몇년사이는 전염병때문에 스케트타기를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린듯 하다. 해마다 어김없이 다가오는 춘하추동이지만 올해의 겨울은 더 기대된다.

/안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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