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오늘도 만두를 빚는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11월30일 10시18분    조회:3771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요즘은 만두 빚기에 한창 열이 올랐다. 딸과 사위가 만두를 너무 즐겨 먹어서 며칠에 한번씩 만두를 빚는다. 제철인 청무우, 주황색 당근, 목이버섯, 노오랗고 찰진 옥수수알갱이, 펄쩍펄쩍 뛰는 신선한 새우 등 다섯가지 재료로 만두속을 만들어 만두를 빚는다. 청무우는 물이 많고 싱싱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만두속으로 넣기에 안성맞춤이다. 채칼로 쓱쓱 민 다음 소금을 살짝 뿌려서 수분이 빠져 나오게 하고 보에 넣어 꾹꾹 짜서 물기를 빼 버린다. 당근은 채칼로 썰어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낸 다음 칼로 다져줘야 감미로운 풍미가 더해진다...

이렇게 재료 손질이 다 끝나고 나면 통후추 기름장을 만든다. 후추향이 진하게 우러나도록 기름에 튀긴 후 후추는 걷어내고 다진파에 부어 파기름으로 업데이트시켜 이미 준비된 재료들과 같이 가볍게 버무려준다. 색갈만 봐도 눈이 즐겁고 식욕을 부쩍 살아나게 하는 만두속이다. 파랑, 노랑, 주황, 검정과 회색의 오색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 만두속은 그야말로 채색 무지개 빛갈이라 해야겠다.

군침이 흐르고 입맛을 자극하는 만두속은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 영양가 역시 더 말할 나위 없이 높다. 칼로리는 낮고 영양가는 높아 식탁의 인기 메뉴다. 미리 발효시켜둔 밀가루 반죽을 동글납작한 만두피로 만들어 이쁜 만두속을 꼭꼭 채워넣은 다음 시계바늘 반대 방향으로 돌려가며 한겹두겹 주름잡아주면서 예쁜 만두를 만든다. 물이 끓은 후 찜통에 15분 가량 쪄주면 눈에 띄게 부푼 희고도 봉긋봉긋한 귀여운 왕만두가 눈앞을 환하게 반겨주고 있다. 만두피는 쫄깃하면서도 입안에 착착 감기는게 가관이고 만두속은 촉촉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이고 새우살과 옥수수알갱이가 씹히는 촉감에 행복의 미소가 저절로 피여난다.

그야말로 환상의 하모니이다. 가족식구들이 한입 맛보는 순간부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어요, 맛있어!” 하며 만두 먹기에 정신이 없다. 너도나도 즐겨먹어 한끼에 몇십개는 눈 깜짝할사이에 사라지군 한다. 저마다 웃음지으며 행복해 하는 모습에 바쁘고 힘들었던 순간들은 어느새 가뭇없이 사라지고 가슴속 깊이 느껴지는 보람감과 행복감에 나도 몰래 가슴이 뭉클해온다.

예전엔 그리도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서 번거롭다고만 생각했던 만두 빚기가 지금은 아주 쉽고 간단한 료리가 된 것 같다. 자주 빚다보니 이젠 미립이 터 솜씨도 늘고 실력도 높아져 빚을 때 마다 맛과 멋과 영양을 확보한 료리사로 칭송받고 있다. 눈대중으로 만든 반죽과 만두속이 이젠 적지도 많지도 않게 묘하게도 딱 맞아 떨어지게 량을 장악해 자신도 깜짝 놀랄 지경이다. 예전엔 만두속이 남거나 만두피가 남을 때가 일쑤였는데...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게 입맛에 딱 맞게 간을 잘 맞추다나니 내가 빚은 만두는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어 매번 만두를 빚을 때마다 칭찬 일색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의 만두 빚기 실력을 갖게 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지금도 생에 처음으로 만두를 빚던 그날, 빛바랜 오랜 시절의 옛 추억이 머리 속을 파고든다.

옛날 시골에선 생활이 어려웠던 지라 꼭 설이 되여야만 만두를 빚어서 먹을 수가 있었다. 그믐날 밤중에 온 집안 식구들이 밥상에 둘러 앉아 뜨끈뜨끈한 만두를 먹어야만 설을 잘 쉬는 걸로 풍속이 되여버렸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해도 그믐날이 되여 아버지가 개성에 가서 사온 돼지고기와 가을철에 저장해둔 알배추로 우리 집 력사상 처음으로 만두를 빚던 날이였다. 만두속 재료는 엄마 담당이였고 밀가루 반죽과 만두속을 버무리고 간을 맞추는 건 아버지 담당이였다. 준비가 순조롭게 잘 되여가고 집안엔 웃음소리, 이야기 소리로 명절 분위기가 훈훈했다.

이제 만두피를 밀어서 만두를 만들어야 하는데 엄마가 밀 줄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아버지가 나무람을 하면서 말다툼이 생겼다. 급기야 낯을 붉히고 언성을 높여가며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삽시간에 집안 분위기가 살얼음판이 돼 버렸다. 나는 한편으론 무서워서 가슴이 두근거렸고 다른 한편으론 명절에 다투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속으로 화가 났다. 어린 나이였지만 싸움을 말려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대뜸 내가 밀어 보겠다고 자원해 나섰다.

타고난 재간이라고 해야 할가, 나는 처음 해보는 솜씨 같지 않게 제법 잘 밀었다. 처음엔 좀 서툴러서 손바닥도 아프고 만두피 모양도 별로 이쁘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익숙해지다 나니 속도도 빠르고 모양새도 변두리는 얇고 중간은 볼록하게 동그스럼하게 아주 이쁘게 잘 밀어냈다. 그날 나는 처녀작으로 설날 만두피를 혼자서 몽땅 밀어냈다. 엄마와 아빠는 말없이 만두피를 척척 밀어내는 나를 바라보며 기뻤던지 그새 기분이 풀려 만두 빚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해 설날은 행복한 설날로 즐거웠던 기억이다. 그후부터 만두피 만드는 일은 자연스레 내 몫으로 되여 버렸고 나는 만두도 예쁘게 잘 만들어 총명하고 예쁜 딸로 칭찬을 받게 되였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금 사람들은 거개가 밖에서 하는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먹기가 일상화 되였다. 설을 제외하고 집에서 만두를 빚어 먹는 일은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작년 가을 상해에 있는 딸애 집에 반년간 머물면서부터 딸애가 엄마가 직접 만든 만두를 먹고 싶다고 졸라대는 바람에 오랜 세월 접어두었던 만두 빚기를 다시 시작했다. 잠자던 솜씨가 부활이나 한 듯 만두맛이 업이 되여 기막힌 감칠맛이 가족들 입맛을 단단히 사로잡아 버렸다. 딸애는 펄쩍펄쩍 뛰는 싱싱한 새우살로 만든 만두를 제일 즐겨 먹었다. 찜통에 금방 쪄낸 만두는 복주머니마냥 귀엽고 통통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절로 돈다. 뜨거워서 호호 불어가며 단번에 몇개씩이나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맛있는 음식은 나누어 먹어야 더 맛나는거라며 즉시로 심부름군을 시켜 지인과 딱친구들에게도 곧잘 선물했다. 한결같이 너무 맛있다는 칭송과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받군 했다. 올해 가을 나는 또 상해에 있는 딸애 집에 왔다. 임신한 딸애가 매일 통화하면서 하는 말이 엄마가 해준 새우살 왕만두가 너무너무 먹고 싶단다. 밀가루 두포대와 만두 만드는 전용도구들도 새것으로 언녕 구입해 놓았고 엄마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단다. 비행기 티켓도 바로 예매하겠다고 했다. 임신한 딸애가 먹고 싶다고 하니 나는 열일을 뒤로 하고 부랴부랴 상해로 날아왔다.

도착한 이튿날로 새우살을 넉넉하게 넣어 만든 부드럽고 통통하고 맛이 일품인 왕만두를 만들어 주었다. 딸애는 정말 맛있다며 바로 이 맛이라며 깔깔깔 웃어가며 역시 엄마가 만든 만두가 최고라면서 엄지척과 하트를 연신 날렸다. 큼직한 찐만두 5개를 눈 깜짝할 새에 먹어치웠다. 물만두, 찐만두를 번갈아가며 며칠에 한번씩 해서 먹였다. 이젠 만두 빚는 솜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료리감각이 살아나 밀가루 반죽은 물론 손놀림이 빨라 순식간에 맛좋고 건강에 좋은 맛있는 만두를 밥상에 으쓱하고 등장시킨다. 

오늘도 나는 임신한 딸과 열심히 일하는 사위를 위해 신나게 만두를 빚고 있다. 퇴근 후 문을 열자 바람으로 만두향에 취해 미소짓는 자식들을 생각하며, 맛있다 맛있다 연신 감탄하며 행복해하는 가족들 얼굴을 그려보면서 열심히 정성을 다해 만두를 빚고 있다. 사랑하는 자식들과 가족들의 만족스러운 웃음꽃이 내 마음속 행복꽃으로 활짝 피여나는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와 가슴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오늘도 나는 흥겹게 만두를 빚고 있다.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빛갈 곱고 맛 좋고 건강에 좋은 복주머니 만두를 정성스레 빚고 있다. 누군가 행복이란 보이는 사람에게만 가만가만 찾아온다고 했다. 엄마가 오니 나의 해피한 생활이 시작되였다고 기뻐하는 딸의 말처럼 오늘도 나는 행복을 소복소복 채워 넣은 사랑의 만두를 빚고 있다.

/향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086
  • 겨울이 되면 온천 생각도 날 법하다. 길림의 산과 물 속에는 크고 작은 온천이 많이 숨겨져있다. 온천들은 수질이 맑고 종류 또한 다양하다. /길림성문화관광넷 국신남산 온천 관광풍경구(国信南山温泉旅游景区) 전화0431-85837777 장춘 카이사르 삼림온천 관광 리조트(长春凯撒森林温泉旅游度假区) 전화:0431-899666 /043...
  • 2023-12-26
  • 모녕 외교부 대변인은 12월 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음력설(春节)이 유엔의 휴일로 확정된 데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음력설은 중화 문화에서 력사가 가장 오래고 가장 중요한 전통 명절로서 가정 구성원 모두가 함께 모여 즐겁게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라며 음력설은 중국의 명절이자 세계의 명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78차...
  • 2023-12-26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 본부 /신화사 지난해 일본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액(GDP)이 3만 4,064딸라로 집계됐다고 일본 내각부가 12월 25일 발표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회원국중 가장 낮은 수치이다. 《일본경제신문》은 일본의 1인당 명목 GDP 하락이 엔화 약세의 영향을 받은 것이며 장기적인 일본 경제의 저성장...
  • 2023-12-26
  • 양력설을 맞으면서 일전 연길시시장감독관리국은 전 시 중점장소들에 대해 명절전 식품안전 전문검사를 진행했다. 이번 식품안전 전문검사는 대형마트, 농산물시장, 음식점, 랭동창고 등 중점장소들을 대상으로 식품전문점들의 식품 저장온도가 규범에 부합되는지, 식품 겉포장이 완전한지, 생산날자와 류통기한이 표기되였...
  • 2023-12-26
  • 12월 24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겨울철 호흡기질병 예방퇴치 관련 상황에 대해 발표회를 가졌다. 회의에서 국가질병통제중심 전염병관리처 호흡기전염병실 주임 팽질빈은 년말이 다가오면서 인원 류동이 증가됨에 따라 호흡기 전염병의 일상 방호를 잘하는 토대에서 다음과 같은 4개 면의 방호조치를 강화할 것을 건의했다...
  • 2023-12-26
  • 경준해 호옥정, 흑룡강성 중요 문화관광 기업, 려행업자, 구락부 손님 회견 25일, ‘백산흑수 공보 빙설악장(白山黑水共谱冰雪乐章)’-장백천하설 빙설합작교류회가 할빈에서 개최됐다. 회의에 앞서 길림성당위 서기 경준해, 성당위 부서기이며 성장인 호옥정이 활동에 참가한 흑룡강성 중요 문화관광 기업, 려행업자, 구락...
  • 2023-12-26
  • 연변조선족자치주화교련합회에 따르면 연길 태흥홍색타운(太兴红色小镇)이‘제11차 중국화교국제문화교류기지'에 선정되였는데 연변에서는 유일하게 입선된 단위이다. 얼마전 중국화교련합회는 전국적으로 69개 기구와 단위를 제11차 ‘중국화교국제문화교류기지'로 연구확인하였는데 길림성의 장춘시문묘박물관과 연길태흥...
  • 2023-12-26
  • -4원정 1홈 가장 힘든 경기일정 이겨내고 5점을 챙기다 제21라운드 남경도시팀과 연변팀간 경기장면. 20~25라운드는 경기 일정이 연변룡정팀(이하 연변팀)에 매우 불리하였다. 보름 사이에 동북에서 화동, 화남, 서남 지역을 전전해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이였다. 21라운드는 원정경기였는데 상대는 홈장에서 1:0으로 승리했...
  • 2023-12-26
  • 습근평, 명령장 수여하고 진급 군관들에게 축하 표시 12월 25일, 중앙군위 상장계급 진급식이 25일 북경 8.1청사에서 진행됐다. 중앙군위 주석 습근평이 진급식에 참석했다. 습근평 등 지도동지들이 상장계급에 진급한 군관들과 식에 참가한 군관들과 사진을 찍었다. 중앙군위 상장계급 진급식이 25일 북경 8.1청사에서 진행...
  • 2023-12-26
  • “‘대리어머니’ 활동은 중화민족공동체를 실천한 과정이기도”   전체 ‘대리어머니’들이 ‘대리어머니’장학금을 받은 학교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남겼다. 장춘시조선족제2중학교 유치원생 2명이 장학금을 탔다. 각자 500원이다. 장춘조선족부녀협회 ‘대리어머니’들이 학기마다 가정생활이 곤난한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 2023-12-25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