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쪽잠 자는' 엄마
조글로미디어(ZOGLO) 2023년9월14일 10시38분    조회:441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엄마가 좋아”, 다른 사람들도 이 노래를 좋아하지만 나도 무척 이 노래를 좋아한다. 자나 깨나 가끔씩 꿈속에서도 보고 싶은 나의 엄마, 너무너무 그립고 그립다!

나의 엄마 김금순은 열세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 황춘일과 결혼하여 장장 53년간 가난한 황씨 집안 맏며느리로, 다섯 남매의 사랑하는 어머니로 모진 고생 다 하시다 37년 전에 돌아가셨다.

엄마는 보통 인물에 키가 겨우 145센치메터, 공부는 학교 문 앞도 가 보지 못한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하지만 엄마는 누구보다 가정에 대한 자식에 대한 사랑이 강하여 평생을 그 몹쓸 ‘쪽잠 자는’병에 시달리면서도 우리 가정을 훌륭히 지켜 내셨다.

엄마에게는 동네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아는 ‘쪽잠 자는’병이 있었다. 이 병은 이상하게 아무런 규률성도 없이 잠이 온다하면 꼭 마치 수면제 먹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10ㅡ15분간 눈을 붙이고 자야지 아니면 이겨 내는 수가 없었다. 하여 길을 가다가도 심지어 밥을 짓거나 식구들과 마주 앉아 식사하다가도 그 자리에 누워야 했다. 린근촌의 한족들까지도 엄마 이름을 대면 몰라도 ‘잠자는 아줌마'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솔직히 난 어려서 엄마의 이 병과 그 별명이 너무 싫어 막 짜증이 났다. 괜히 애들의 놀림을 받게 한다고 속으로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어느날, 밖에서 놀다가 해질 무렵 집에 가려고 울바자 밖에까지 왔는데 엄마가 허리 구부정한 채 집안에서 음식 같은 것을 조금 움켜쥐고 헛간으로 들어가는 것이였다. 너무 이상하여 엄마 몰래 뒤를 따라가 문 사이로 들여다보니 전등도 없는 어두운 구석에서 엄마가 그 음식을 놓고 두 손을 턱 밑에 비비며 입속으로 중얼중얼 념불 같은 것을 외우는 것 같았다.

이튿날 동생들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엄마와 이 일을 물었더니 엄마는 긴 한숨을 푹 쉬며 몰라도 된다고 했다. 난 더더욱 알고 싶어 엄마 앞에 다가가 알려달라고 졸랐다.

“그래, 딱 너만 알고 있어. 엄마 이 병 때문에 너들이 남들한테 업수임 당하는걸 알지만 별수 없어서 나 혼자 새기며 여태껏 산신령께 빌며 살아 왔어. 너들 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애 썼는데…” 엄마는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엄마는 열세살 어린 나이에 결혼식을 올렸다. 갓 결혼하여 시집을 와보니 홀아비로 있는 시아버지에 또 큰집 시아버지까지 계셨다. 그리고 웬일인지 두 형제는 술 한잔만 하면 말다툼이 생겨 옆 사람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코흘리개 시동생 둘까지, 온 집안에 녀자란 어머니 혼자서 할일이 태산 같았다.

엄마는 처음에는‘쪽잠 자는' 병이 없었다. 시집을 오면서부터 생겼는데 무슨 원인으로 이런 희귀병에 걸리게 되였는지 알 수 없다. 엄마는 병을 고치려고 혹시 무슨 방법이라도 있겠는가 하여 가만히 점쟁이를 찾아가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점쟁이가 하는 말이 더구나 엄마를 기절초풍하게 만들었다. 엄마의 ‘쪽잠 자는 병'은 고치지 못할뿐더러 잘못하면 후대에 물려 준단다. 바로 그날부터 엄마는 한달에 두번씩 꼭꼭 식구들 몰래 산신령께 제발 자식들에게만 피해를 주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런 몹쓸 병을 하면서 자식 열둘을 낳았는데 일곱은 죽고 다섯만 살아 남았다. 나와 오빠 사이에 둘이나 죽다보니 열살 차이나 난다. 오빠는 18살 때 참군하였다. 그때만하여도 집에 로동력이 많아 공수를 올려야 생산대에서 쌀도 많이 분배받겠는데 우리 집은 아버지 혼자 일하러 가니 식량이 항상 부족했다. 하여 엄마는 뻐스도 없는 울퉁불퉁한 산아래 오솔길을 입쌀을 머리에 이고 목단강시내로 왕복 40여리 걸어 좁쌀과 바꿔 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걷다가 잠이 몰려오면 길에서 쌀주머니를 옆에 두고 쪽잠을 자며 견지했다. 때론 같이 떠났던 사람들이 자는 엄마를 기다릴 수 없고 해서 먼저 가버리면 엄마는 혼자 일어나 머리에 쌀을 이고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이런 고난의 행군은 며칠이 멀다하게 반복됐다.

엄마의 착한 마음은 시부모님 공경에서 알 수 있다. 엄마는 그 환곡해온 좁쌀로 밥을 지어 세층으로 나누어 담는데 먼저 시아버님께 입쌀을 많이, 아버지는 좀 적게, 그리고 우리 자식들은 반반 섞고 나머지 엄마 몫은 몽땅 좁쌀이였다.

내가 결혼해서 얼마 안되여 집으로 놀러 갔는데 엄마가 궤안에서 이쁜 하늘색의 옷감을 꺼내 보여주며

“이것으로 내 조끼를 해 입으면 좋겠는데 안감 살 돈 5원만 보태주겠니?…” 하고 말씀하셨다.

“예, 알았어요. 다음번에 오면 꼭 사 드릴게요.”하고 나는 대답했다.

허나 나의 그 약속이 영원히 가슴 아픈 후회를 남길 줄이야! 그 이듬해 엄마가 그만 뇌출혈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받았다. 울며불며 달려가 후사를 처리하고 엄마 유품을 정리하는데 바로 엄마가 나에게 보여준 그 하늘색 옷감이 그대로 있지 않는가! 나는 엄마가 입어보지 못하고 돌아간 그 옷감을 움켜쥐고 목이 터지도록 엄마를 부르며 대성통곡했다. 곁에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있을 때 잘 해, 후회하지 말고” 이 노래 가사가 딱 맞는 것 같다. 이제 와서 엄마께 조끼가 아니라 밍크코트라도 천번만번 해드리고 싶지만 엄마가 이미 저세상에 가셨는데 무슨 소용이 있나 말이다.

“녀성은 나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이 말은 꼭 우리 엄마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천생에 키도 작고 평생 ‘쪽잠 자는' 병으로 파란만장한 풍파를 다 겪은 엄마지만, 오직 엄마라는 그 이름으로 가족과 자식을 감싸주셨기에 우리 5형제는 지금 모두 무사하게 잘 지낸다.  

‘잠자는 아줌마'가 그립다. 꿈에도 보고 싶은 우리 엄마가!

/황영자(목단강)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008
  • 마음과 힘 모아 새 국면 개척하고 한마음한뜻으로 미래를 향하자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변조선족자치주 제14기 위원회 제4차 회의 개막대회 현장1월 7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변조선족자치주 제14기 위원회 제4차 회의가 연변로동자문화궁에서 성대히 개막되였다. 전 주 각 전선에서 온 정협위원들이 사명과 중탁을 짊...
  • 2025-01-08
  • —‘전문화 정밀화 특색화 참신화’기업 탐방 안도편길림성복옥농업과학기술유한회사 생산작업장 현장근년래 안도현은 혁신추동 발전전략의 선도 아래 수많은 ‘전문화, 정밀화, 특색화, 참신화’ 기업들이 산업 발전과 기업 혁신의 부단한 승격을 가져오면서 지방 경제의 고품질 발전을 추동하는 강력한 엔진으로 급부상되...
  • 2025-01-08
  • 2019년 12월 7일, 미국 뉴욕에 있는 꼴롬비아대학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자습하고 있다. /신화넷최근,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진영에서 H―1B 비자 발급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소셜미디어에서 ‘열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론쟁은 새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련 비자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론쟁은...
  • 2025-01-08
  • 1월 4일부터 5일까지 연변가무단 단원들은 연길시서시장과 연길서역에서 플래시몹(快闪) 공연을 펼치면서 풍성하고도 다채로운 문예 종목들로 눈길을 끌었다. 플래시몹 공연의 예술적 감화력을 강조하기 위해 연변가무단에서는 <붉은해 변강 비추네>, <스리랑>, <풍년가>, <연변은 당신을 환영하...
  • 2025-01-07
  • 국가급 무형문화유산 종목 ‘가야금예술’ 양성반이 지난 5일 연길에서 개설되였다. 흑룡강, 길림, 료녕 및 광주, 강소, 란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60여명의 가야금 연주자와 애호가들이 교육과정에 참가했다.연변조선족자치주문화라지오텔레비죤방송및관광국에서 주최하고 연변문화예술연구중심에서 주관한 이번 교육과정...
  • 2025-01-07
  • -사계절이 봄 같은 려행 천국,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명소 운남성 덕굉따이족징퍼족자치주덕굉따이족징퍼족자치주 량하현(梁河县)의 모습북방이 흰눈으로 뒤덮힐 때 중국의 서남 변방에 위치한 덕굉따이족징퍼족자치주는 화창한 날씨로 관광객들의 리상적인 따뜻한 겨울 려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고대 남방의 ‘...
  • 2025-01-07
  • ▶재길림 음마하향우회 송구영신행사1월 4일, 재길림 음마하향우회 11명 회원이 길림시 조선족민속풍정거리에 자리잡은 일가식당에 오붓이 모였다.향우회의 장영복 회장이 마련한 송구영신행사에서 향우회 가족들은 새해 덕담과 살아가는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고향정을 나누었다.▶녀성협회 우수분회로...... 건강분회...
  • 2025-01-07
  • 멀리서 바라본 동북호랑이표범국가공원 풍경1. 동북호랑이표범국가공원 건설 새로운 성과 거두어3년간 동북호랑이표범국가공원은 지속적인 보호와 체계적인 복구를 통해 공원의 생태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였고 동북 호랑이, 표범 등 양생동물의 개체군수가 현저하게 증가됐다. 현재, 공원에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야...
  • 2025-01-07
  • 1월 6일, 외교부 대변인은 인도네시아가 브릭스 정회원국에 공식 가입한 것과 관련해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대변인은 중국은 인도네시아가 브릭스 정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한  것을 환영하고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표했다. 대변인은 인도네시아는 발전도상국이자 ‘글로벌 사우스’(全球南方)의 중요한 국가로서 브릭스...
  • 2025-01-07
  • 2024년 11월 7일, 제7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자동차전시구역에서 전시된 BMW i7 신에너지차. /신화넷독일 BMW(宝马) 회장 올리버 집세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집세는 최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BMW에게 있어서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일 뿐만 아니라 독일 본사를 제외한 최대 연구개발쎈터이자 생산기지라고 전...
  • 2025-01-07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