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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빗물펌프장 3명 사망·실종 / 저류조 수위 높을때 수문 자동개방 / 수문 열리며 물 쏟아져 사고 당해 / 1명 사망… 2명은 안전헬멧만 발견 / 수로 손잡이·튜브 안전설비 없고 / 작업자들 구명조끼도 착용 안해
31일 오전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빗물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정기점검을 하던 작업자 3명이 빗물에 휩쓸려 이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위험한 작업을 강행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양천소방서 등은 이날 오전 8시24분 양천구 목동의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 확충 공사장에서 작업자 3명이 내부시설 점검을 위해 들어간 후 연락이 두절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배수시설에 고립된 작업자 중 협력업체 직원 구모(65)씨는 오전 10시20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직원 30대 남성 안모씨와 미얀마 국적의 협력업체 직원 등 2명은 당국이 수색 중이다. 구조대원들은 실종된 2명의 안전 헬멧을 발견했다.
당국은 피해자들이 이날 시험가동 중인 시설의 일상점검을 위해 지하 45m 깊이의 수로에 들어갔다가 폭우로 지상의 수문이 열리면서 갑작스럽게 유입된 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관계자에 따르면 숨진 구씨와 미얀마 직원은 오전 7시10분쯤 시행가동 중인 시설의 전기, 자재 수거 방법을 파악하기 위해 투입됐다. 오전 7시40분과 7시44분의 2개의 수문이 열렸고, 안씨가 앞서 들어간 작업자들을 대피시키려고 7시50분 터널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현장의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시설은 도심 저지대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상 저류조의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지상 수문이 열려 지하로 빗물을 내려보내도록 돼 있다. 매뉴얼상에는 수량이 70%를 넘으면 개방되도록 돼 있지만, 시운전 상황에서는 수량의 50∼60%가 차오르면 자동개방되도록 하향조정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양천구는 오전 7시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자, 오전 7시31분과 7시38분 두 차례에 걸쳐 건설사 측에 “수문이 개방될 것 같다”고 예고 통보를 했으나, 작업자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시공 상황에서는 지상에서 하부로 전달 가능한 연락망이 없다”며 “그래서 2인 1개조 이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작업자들이 터널 내부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원래 비가 오면 항상 터널은 작업을 전면 중단한다”며 “통상적으로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는데 오늘은 (작업자가 들어갈 당시에는) 호우주의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수로 내부에는 물이 불어날 경우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공간이나 손잡이, 튜브 등의 안전설비조차 없었다. 작업자들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구씨는 건강이상으로 쉬다가 현장에 복귀한 지 두달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의 아내는 “회사에서 남편이 공사 마무리를 지어 줬으면 해서 (쉬고 있던 남편을) 부른 것 같다”며 “나이도 있고 해서 (현장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내린 폭우는 장마나 소나기가 아닌 여름철 집중호우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장마는 성질이 다른 두 기단(공기덩어리)이 만나는 경계에서 긴 띠를 이뤄 남북을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지만, 이번 강수는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 일부에 집중됐다. 박이형 기상청 주무관은 “한반도 북서쪽의 건조하고 찬 공기가 우리나라 대기 상층을 덮고, 아래쪽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하면서 비구름이 매우 빠르게 자라났다”며 “비가 내린 지역이나 시간적 특징을 살펴보면 장마나 소나기라고 보기는 어렵고, 통상적인 여름철 집중호우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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